희귀 난소암을 극복한 이야기: 산에 들어가 죽고 싶던 순간도 있었다

난소암 중에서도 예후가 불량한 ‘원발성 악성 혼합성 뮬러리안 종양’ 3기를 극복한 김태경(66·강원도 홍천군)씨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여명 두 달’ 판정을 받을 정도로 종양이 몸 곳곳에 퍼져있었지만 전부 이겨내고 현재 11년 째 건강한 생활을 이어가고 계십니다. 그의 주치의인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이은주 교수도 함께 만나 이야기 나눴습니다.

희귀 난소암을 극복한 이야기: 산에 들어가 죽고 싶던 순간도 있었다, 시보드 블로그

비대면 인터뷰 중인 김태경씨./사진=신지호 기자

드물고 예후 나쁜 암
원발성 악성 혼합성 뮬러리안 종양(MMMT)은 난소암의 1% 미만을 차지할 정도로 드문 암입니다. 난소 표면의 상피세포에서 발생하는 암종과 신체의 각 기관을 연결하고 감싸는 조직에서 발생하는 육종이 혼합된 상태입니다. MMMT의 75%가 3~4기에 발견되며 평균 생존율은 2년 미만입니다. 극히 드물게 발병해 표준 치료법이 따로 정립돼 있지 않아 다른 난소암과 동일하게 치료됩니다.

2011년 여름, 김태경씨는 월경 기간에 덩어리진 하혈을 하고 복통을 느꼈습니다. 배 아래쪽이 조금 딱딱하게 느껴졌지만 당시 55세라 단순히 폐경의 신호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로부터 5개월간 허리가 끊어질 듯한 통증이 이어졌습니다. 동네 병원 및 한의원 등에 내원해 진통제를 처방받고 치료를 받았지만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초음파 검사를 받았고, 복부 곳곳에 종양이 발견돼 당장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들었습니다. 곧바로 중앙대병원에 내원해 정밀검사를 받았는데, 골반 안이 종양으로 가득 차 있는 상태였습니다.

13시간에 걸친 대수술
2011년 12월, 종양감축수술을 받았습니다. 난소암이 진단되면 수술이 가능한 경우, 잔류 종양을 1cm 미만으로 제거하는 종양감축수술을 먼저 시행합니다. 그 후, 보조적으로 항암 치료를 시행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수술을 위해 개복하자, 장을 감싸는 막인 대망(大網)과 장 일부, 좌측 대동맥 주변 림프절까지 전이된 상태로 난소암 3기였습니다. 양측 난소, 난관, 대망, 림프절, 복막 등을 함께 제거했습니다. 좌측 신장 쪽 부신 근처 림프절에도 종양 전이가 있었지만, 종양이 정맥에 닿아있어 접근이 불가능했고 전이되지 않은 신장까지 잘라내야 하는 상태라 제거하지 못했습니다. 6시간을 예상했던 수술은 13시간이 지나 마무리됐습니다. 수술 후 조직검사를 해보니 MMMT였습니다.

견디기 힘든 항암 치료 부작용
수술 후 3주간, 파클리탁셀, 카보플라틴 항암 치료를 6회 받았습니다. 항암제 투여를 시작하자 머리부터 발끝까지 저렸고 목에서는 농약 냄새가 났습니다. 몸속 장기를 전부 훑는 듯한 고통이 무척 힘들었다고 합니다. 견디다 못해 항암 치료를 받을 때 수면제를 놔달라고 요청하기도 하고, ‘산속으로 들어가 생을 마감할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항암 치료 부작용으로 입맛이 저하돼 항암 전 55kg이던 체중이 40kg까지 줄어들었습니다.

김태경씨는 가족과 친구들이 없었다면 항암 치료 부작용을 이겨낼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친오빠와 새언니는 본인들의 생활을 뒤로 한 채 그를 도왔습니다. 몸에 힘이 없는 김씨의 화장실 사용을 보조하고, 가래침을 받아주고, 병원을 매일 오가며 팔다리를 주물러주고 땀을 닦아줬습니다. 너무 야위어 뼈만 남은 김씨를 본 동네 지인들은 김씨가 좋아하는 된장찌개를 끓여다주고 싱싱한 채소, 과일을 가져와 어떻게든 잘 먹이려고 노력했습니다. 이은주 교수는 김씨가 체력을 잘 유지해 본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북돋았습니다. 이 교수는 김씨에게 매일 목표 활동량을 설정해줬고, 김씨는 힘들어도 열심히 몸을 움직이려 애썼습니다. 이웃집 밭에 가서 고추 수확을 돕고 물속에서 다슬기를 잡으며 체력을 끌어올렸습니다. 활동을 하고 난 뒤에는 입맛이 없어도 밥에 된장, 청국장, 김치를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만큼 꼭 챙겨먹었습니다. 덕분에 김씨는 모든 항암 치료 주기를 놓치지 않고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교수는 “활동적인 생활로 기본적인 건강관리를 한 덕분에 수술 합병증이 없었던 점도 항암 치료 기간이 길어지지 않은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홍천 생활이 건강 회복의 비결
CT(컴퓨터단층촬영) 결과, 남아있던 종양들이 전부 사라졌습니다. 당시에는 CT 결과가 좋더라도 실제로는 종양이 남아있는 경우가 많아 항암 치료 후 2차 개복수술을 하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이때, 이은주 교수는 김태경씨의 수술 후 흉터와 통증을 줄이고 빠른 회복을 도울 목적으로 복강경 수술을 택했습니다. 처음 수술 당시 제거하지 못한 왼쪽 림프절 전이가 완벽하게 없어졌는지 확인하기 위한 수술이었습니다. 항암 치료에 의해 일부 조직에 섬유화가 진행돼 유착 부위를 최대한 박리한 뒤, 일부 조직을 떼어내 검사했습니다. 조직 검사 결과, 전부 음성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2012년 7월까지 3회의 항암 치료를 추가로 받았습니다.

항암 치료가 전부 끝나고 1년 동안은 한 달에 한 번, 그 다음해에는 3개월에 한 번, 이후로는 1년에 한 번 병원에 내원해 정기검진을 받았습니다. 홍천군 보건소에 암 환자 등록을 한 뒤로는 두 달에 한 번씩 간호사들이 집을 방문해 혈압, 혈당을 측정해주는 등 기본적인 건강관리를 도왔습니다. 홍천군에서 암 환자에게 무료 지원하는 ‘힐리언스 선마을 프로그램’에도 참여했습니다. 1박2일 동안 산속에서 휴대폰, TV 등 전자기기 없이 생활하며 몸과 마음을 안정시키는 프로그램입니다. 건강한 식사를 하고 다른 암 환자들과 둘러앉아 투병 얘기를 주고받으며 알찬 시간을 보냈습니다. 규칙적인 생활도 이어갔습니다. 아침 6시에 기상해 고추를 따고 점심 먹은 뒤 휴식을 취했다가 2시간 거리인 수타사 근처 산길을 걸으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덕분인지 그 후로도 재발이나 전이 없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해 2016년 12월,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은주 교수는 “난소암은 재발률이 높은 암 종으로, 보통 5년 내로 재발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김씨는 10년째 재발 않고 건강하게 지내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보아 앞으로도 문제없이 건강한 생활을 이어갈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5월에는 이 교수로부터 “더 이상 병원에 내원하지 않아도 될 만큼 건강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홍천에서 행복한 일상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태경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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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경씨./사진=본인 제공

-치료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항암 부작용이 정말 죽을 만큼 힘들었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안 아픈 데가 없었습니다. 하루는 너무 힘들어서 수면제를 놓은 상태로 항암 치료를 받으면 안 되냐고 물어봤는데 그럴 순 없다고 하더라고요. 항암 치료 때문에 제대로 먹지를 못하니까 몸무게가 계속 줄었습니다. 힘이 너무 없어서 집에 와서는 기다시피 방 안을 돌아다녔습니다. 살이 너무 빠져서 예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되자 동네에 제가 죽었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어요. 항암을 맞고 시간이 지나 괜찮아질 만하면 다음 항암을 받아야 되는 게 괴로웠습니다. 산에 들어가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하루는 친오빠랑 지하철을 타고 병원에 가는데 제가 너무 힘이 없으니까 저를 교통약자석에 앉히더라고요. 당시 55세였는데 교통약자석에 앉으니까 너무 속상했습니다. 지하철의 수많은 사람들 중 저만 건강을 잃었다는 생각에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항암 부작용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주변 사람들이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우선, 저희 오빠는 본인 일을 다 제쳐두고 홍천까지 와서 병원에 직접 데려다주고, 입원했을 때 돌봐주는 등 모든 뒤치다꺼리를 다 했습니다. 병원에 오빠 카드를 등록해놔서 치료비도 전부 부담해줬어요. 오빠가 아니었으면 힘든 투병 과정을 이겨낼 수 없었을 겁니다. 같은 병실에 입원했던 동기들도 큰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서로 위로와 용기를 준 덕분에 아직까지도 연락하고, 병원 내원 일자를 맞춰 간간이 얼굴을 보며 지냅니다. 아무래도 가장 고마운 분은 저를 살려주신 이은주 교수님입니다. 매번 긍정적으로 좋은 말씀 해주시고, 최적의 치료를 찾아주신 덕에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어요. 치료가 다 끝나고 난 뒤에는 제게 ‘살아줘서 너무 고맙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이 고마운 마음을 어찌 표현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감사합니다.”

-극복 비결 중 하나로 홍천 생활을 꼽으신다던데.
“공기 좋은 곳에 살면서 작물 수확도 하고, 다슬기도 잡는 등 활동적인 생활을 한 게 완치에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항암 치료 후 머리도 눈썹도 없었지만 모자를 푹 눌러쓰고 동네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어요. 원래 고향은 충청도인데, 친한 친구가 홍천으로 이사를 간 뒤 함께 따라 이사를 했어요. 동네가 좁다 보니 자연스레 서로 돕고 살게 되더라고요. 항암 치료를 받고 집에 돌아와 힘들어하는 저를 본 동네 언니들이 찌개를 끓여다주고 말동무를 해준 덕분에 ‘살아있다’는 기분을 항상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보건소에 가서 암 환자 등록을 하고 난 뒤에는 암 환자를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안내 받았고, 정기적인 건강 체크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난소암과 싸우고 계신 다른 환자들에게 한 말씀
“몸에 좋다는 음식을 이것저것 찾아 헤매지 마세요. 같은 병실을 썼던 환자들이며 주위 지인들 중 암에 좋다는 음식만 쫓다 나쁜 결과를 맞이한 사람을 여럿 봤습니다. 싱싱한 채소, 과일 위주로 먹고 몸을 끊임없이 움직이세요. 아프다고 누워있기만 하면 면역력을 높일 수 없습니다. 몸이 힘들더라도 공기 좋은 아침에 신발 신고 나와 조금이라도 걸으세요. 많이 베풀고 의료진을 믿고 치료를 열심히 받는 것도 중요합니다. 암에 대한 최적의 치료를 아는 건 의료진뿐이니, 믿음을 가지고 본인의 생활을 이어가면 암을 이겨낼 수 있을 겁니다.”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이은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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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교수./사진=중앙대병원 제공

-현재 난소암 치료 현황은?
“난소암은 예후가 매우 안 좋은 암 종이었으나,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되고 다학제 협업 증가로 종양감축수술 성공률이 높아져 생존율이 많이 향상됐습니다. 특히 BRCA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에게 특히 효과적인 ‘파프억제제’가 등장해 유전자 변이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표적 치료제인 ‘베바시주맙’은 혈관 생성을 억제해 암세포 성장을 막아 치료율을 높였습니다. 단, 여전히 항암제 저항성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항암제 저항성이 있는 난소암 세포주와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관련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치료 중 어려움은 없었나요?
“김태경씨가 겪은 MMMT는 흔하지 않은 암 종이고, 종양이 몸속 곳곳에 전이돼 매우 나쁜 상태였습니다. 무슨 치료를 해도 결과가 안 좋다고 알려져 있어 치료 방법을 더 고심하고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 거듭 점검했습니다. 치료 미흡으로 안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평가를 스스로 내리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습니다. 다행히 치료 결과가 좋아 환자는 암과의 싸움, 저는 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게 됐습니다.”

-김태경씨가 기억에 남는 환자 중 한 명이라고요?

“환자 분과 늘 그 곁을 지키던 오빠 분은 저에게 환자라기보다는 따스한 칭찬과 위로의 말을 건네는 동네 어르신 같았습니다. 덕분에 두 분을 마주칠 때마다 늘 따뜻한 마음이 들었어요. 김씨는 세상을 왜곡 없이 바라보는 천진난만한 성격이라 저를 있는 그대로 믿어주며 치료에 임했습니다. 오빠 분은 꼼꼼하게 김씨의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치료 일정 등을 확인하면서 같이 계셨어요. 한 번은 커다란 옥수수 여러 개를 홍천에서 따끈따끈하게 쪄 오셔서 외래 교수님들과 다 같이 나눠 먹은 적도 있습니다. 몸이 힘든데도 열심히 움직이고 남을 위하는 모습이 감명 깊었습니다. 힘든 치료도 끝까지 잘 따라와 주셨고 이제는 완치가 돼서 재발 없이 잘 지내고 계신 모습이 너무 보기 좋은 환자입니다.”

-난소암 환자들에게 한 말씀.
“난소암은 재발이 잘 되는 암이기 때문에 완치 판정을 받은 후에도 정기검진이 필수입니다. 혹 재발됐더라도 완치 가능성이 존재하니 포기하지 말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세요. 최선을 다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고 체력을 관리하며 즐거운 일상생활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세요. 만약 ‘치료가 끝난 뒤에 하겠다’며 미뤄둔 일이 있다면 시작할 수 있는 것부터 당장 실천할 것을 권해드립니다. 환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투병 전까지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아온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럼에도 가족들에게 해가 될까봐 상당히 위축돼 있는 환자들이 많은데, 암은 짐이 아니라 가족이 뭉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이제는 가족들에게 기대고, 본인을 위해 사셔도 됩니다.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가족들은 환자가 너무 힘들어할 때 꼭 곁에 있어주세요. 그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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